본문 바로가기

?/?

전라북도 부안 격포 유람선 그리고 변산해수욕장 무료 갯벌 체험

반응형

정말 오랜만에 떠나는 외국인 유학생들과의 여행. 일 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된 코로나, 이제는 더 이상 집에만 있을 수는 없다.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서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 경제도 살지 않을까? 하지만 영상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KF94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나지만 그래도 마스크를 벗는 건 아직 많이 위험하다.

2021년 6월 18일 금요일. 전주에서 차로 한 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는 전라북도 부안군의 격포를 여행지로 선택했다. 위에 첨부한 지도를 살펴보면 격포 유람선 위쪽으로 닭이봉이라는 언덕산이 있는데 내비게이션이 자꾸 저 길로 안내를 해줘서 많이 애를 먹었다. 본격적인 언덕길을 진입했더니 '안전제일' 가드가 설치되어 들어갈 수가 없었다. 이곳을 방문하실 분이라면 반드시 목적지를 변산파출소로 설정하시기 바란다. 파출소 앞으로 가면 차를 타고 지나갈 수 있는 다리가 있다. 그 다리만 지나면 바로 유람선 매표소에 도착할 수 있다.

나는 11시 30분에 출항하는 유람선을 탔고 대인 요금 2만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내가 탑승한 코스가 '이순신 세트장 ▶ 요트 경기장 ▶ 개섬 ▶ 적벽강 ▶ 사자바위'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선장과 항해사님께서 중간중간 해설을 해주시긴 하는데 유람선의 엔진 소리와 마이크 소리가 겹쳐지면서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 특유의 부안 사투리가 섞인 것도 한몫했던 것 같다.

살면서 유람선이라는 것을 처음 타봤던 이 날. 배는 많이 타보았지만 유람선은 처음이라 살짝 낯설었다. 아침까지 비가 많이 왔던 터라 하늘이 많이 흐리고 안개가 자욱했는데 그것 나름대로 충분히 운치 있었다. 물론 파란 하늘이 인스타 감성에서는 더욱 잘 팔리겠지만. 아무튼 매표소 옆에서 갈매기들에게 먹일 새우깡도 몇 개 구매해 유람선에 몸을 싣었다.

배의 연식이 다소 오래되어 보인다. 그러고보면 배는 수명이 참 오래가는 것 같다. 전문 지식이 없어 잘은 모르겠지만 보통 30년은 타는 것 같다. 예전에 세관에서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할 때 감시정의 기관실까지 구석구석 본 적이 있는데 엄청 오래된 배도 바다 위에서 빠른 시속을 자랑하며 잘 가는 것을 보고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 유람선이 갑자기 침몰하거나 고장이 날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유람선이 출발하자마자 몰려드는 갈매기 떼에 깜짝 놀랐다. 이내 새우깡을 개봉하는 유학생들.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먹이는 것을 한국인인 나도 드라마에서만 보다가 처음 해보는데, 이들은 오죽했을까. 갈매기가 새우깡을 집어갈 때마다 계속 비명을 질러댔다. 혹시나 내 손가락까지 집어먹을까 봐.

갈매기들의 스킬이 참 대단하다. 그냥 허공에 던져도 훅 와서 집어 먹고 간다. 어떻게 사람의 손가락은 건들지 않고 새우깡만 콕 집어가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갈매기들의 무료 공연에 조금씩 질려갈 즈음 배가 육지와 많이 멀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도 핸드폰의 데이터가 잘 터지고 있음을 확인하면 안심할 수 있다.

항상 다른 도시의 관광지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우리나라는 볼 곳이 참 많다. 이 조그마한 나라가 왜 그렇게 기 센 나라인지 알 수 있지 않는가? 어딜 가나 산맥이 흐르고 물이 있고, 아름다운 금수강산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닌 것 같다. 변산반도가 나름 유명한 관광지이긴 하나 아직도 안 가보신 분들 많이 있을 것이다. 꼭 한번 가보시길 바란다.

유람선의 머리 부분에서 바다를 보는 것과 꼬리 부분에서 보는 것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배라는 것을 처음 탈 때가 어렴풋이 생각이 나긴 하는데 그때는 너무 작은 통통배라서 뒤편에 이렇게 큰 물거품이 나오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아 생각해보니 목포에서 제주도 수학여행을 갈 때 엄청 큰 배를 탔었구나. 그때는 멀미를 너무 해서 토하고 기억이 별로 없다.

유람선을 탑승하기 전에 어떤 학생이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말에 옆에 있던 애가 "유람선에 화장실이 있겠지."라고 답을 했었는데. 배에 타고나서 이게 화장실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아마 이뇨감이 싹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화장실이라면 가고 싶은 생각이 금방 사라질 것 같다. 궁금해서 문을 열어볼까 했는데 옆에 보이는 구멍으로 안이 살짝 보였는데 상당히 낡았었다.

유람선에서는 거의 2층에서 구경을 하는데 1층 좌석은 위와 같이 생겼다. 사진으로 봤을 때도 조금 낡아 보이는 감이 있으나 실제로 보면 더 낡았다. 그래서 나름 더 분위기가 있다. 선장님이 틀어주는 음악도 올드해서 옛날 느낌이 많이 난다. 현재는 없으나 과거에는 있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유람선에 조명을 좀 달아서 야간 운행을 하면 어떨까 싶었다. 하지만 격포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100% 적자 예상.

저 멀리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집이 보인다. 포크레인으로 열심히 공사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선장님이 뭐라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사투리를 잘 알아듣지 못했다. 같은 전라도 사람이어도 이렇게 알아듣기 힘들다니. 아무튼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다고 했던 것 같다.

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 있는 섬도 원래 다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안개와 구름이 낀 풍경도 만족스러웠다. 자연은 항상 여러 가지 모습으로 우리에게 표현한다.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간혹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무조건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마음을 조금만 바꿔먹으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

다시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12시 15분쯤이었다. 분기점을 찍고 돌아오는 길은 살짝 지루하기도 했다. 학생들의 표정으로 눈길을 돌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핸드폰만 보고 있더라. 그래, 너희들은 아직 젊지. 헌데 자세히 보니 좀 전에 갈매기 쇼를 촬영한 영상을 다들 SNS에 업로드하고 있었다. 참, 우리 때는 계속 사진을 찍어도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에 가서 잠들기 전에 업로드했었던 것 같은데 요새는 바로바로 인스타 스토리 기능을 사용하는 것 같다.

근처에서 칼국수와 백합죽으로 배를 채우고 향한 곳은 변산해수욕장. 격포 유람선에서 차로 20분 이내로 갈 수 있다. 미리 준비해 간 물품은 삽, 호미, 맛소금, 맛소금을 담을 통, 잡은 조개를 잡은 통, 수건 등. 뻘밭에서 조개 구멍 같은 것이 보이면 삽으로 파고 팠는데도 구멍이 뭔가 크다 하면 그곳에 맛소금을 뿌리면 조개가 뿅! 하고 머리를 내민다. 그때 잽싸게 잡아야 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 나는 한 개도 못 잡았다.

실망만 계속하며 걷고 있다가 피리 부는 사나이 마냥 인파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가 한 분 계셨는데 엄청난 고수셨다. 호미질을 하는 족족 조개가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옆에서 스킬을 조금 습득하긴 했지만 역시는 역시인가. 초보는 초보다. 결국 빈 손으로 집에 돌아왔다는 이야기. 들어보니 변산해수욕장은 무료로 체험하는 곳이라 원래 조개를 많이 잡을 수는 없는 곳이라고 한다. 근방에 유료 갯벌체험장이 있으니 많이 잡고 싶으신 분들은 사전에 꼭 조사를 하고 가시길 추천한다. 아 그리고 혹시나 본인이 조개를 많이 잡았다면 해감이라는 것을 반나절 동안 꼭 해야 한다고 한다. 조개가 뻘을 머금고 있던 것을 다 뱉게 해야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해감을 하루에서 이틀 이상 해버리면 조개가 굶어 죽을 수도 있다고 하니 잘 알아보시길 바란다.

이 블로그는 쿠팡파트너스 활동을 통해 소정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반응형